라이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내 바이크의 계기판에 '해외 도로'의 마일리지를 새겨보는 꿈을 꿉니다. 렌트 바이크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내 차만의 손맛과 애정을 품고 국경을 넘는 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작년(2025년) 11월 첫째 주, 단풍이 흐드러지는 최고의 타이밍에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항을 거쳐 시모노세키로 입국하는 '총 6박 7일(선박 2박, 일본 현지 순수 5일) 내 바이크 솔로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동행 없이 오롯이 내 바이크와 나 자신에게만 집중했던 고독하고 짜릿한 여정이었습니다.
혹독한 우중 라이딩부터 인생 풍경을 만난 섬 투어, 구글 내비의 배신, 그리고 마지막 KTX 귀가 엔딩까지! 왕복 모두 부관훼리 하마유우호(Hamayuu)를 이용해 다녀온 5일간 기록을 동료 라이더분들을 위해 풀어놓습니다.
⛽ [실전 팁] 일본 자차 투어러의 주유 루틴 & 결제 방법
해외에서 바이크를 탈 때 기름이 떨어지면 그것만큼 아찔한 게 없습니다. 5일간 제가 고수했던 주유 노하우를 먼저 공유합니다.
- 하루의 시작은 주유소에서: 저는 현지에서 매일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직전, 무조건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우는 루틴을 가졌습니다. 일본의 시골길이나 산악 도로는 주유소 간격이 넓기 때문에 미리 채워두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 일일 주행 거리: 매일 약 150km에서 250km 사이를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국도 위주의 와인딩과 섬 투어가 많아 솔로 라이딩으로 즐기기에 아주 쾌적하고 딱 좋은 주행 거리였습니다.
- 환전 수수료 제로, 토스뱅크 체크카드 결제: 일본 주유소에서 결제할 때는 토스뱅크 체크카드(외화통장)를 200% 활용했습니다. 미리 토스뱅크 외화통장에 엔화를 환전해 두고 주유소에서 체크카드로 긁으면, 수수료 없이 엔화가 즉시 빠져나가서 정말 편리했습니다. 셀프 주유소(ENEOS 등)에서도 오류 없이 아주 잘 긁힙니다. 강력 추천하는 팁입니다!
🚢 1일차 (출국): 서울에서 부산항, 그리고 하마유우호(Hamayuu) 첫 선적
11월 첫째 주 한국의 아침은 꽤 쌀쌀합니다.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시모노세키행 하마유우호의 차량 수속 시간(오후 3시)을 맞추기 위해 새벽같이 서울에서 출발해 약 400km를 홀로 남하했습니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일시수출입 서류 수속을 마치고, 내 바이크를 하마유우호의 데크에 입고했습니다. 선원분들이 파도에 흔들리지 않게 바이크를 단단히 고정(결박)하는 모습을 볼 때의 설렘은 자차 라이더들만의 특권입니다.
일본 국적 선박인 하마유우호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하게 목욕을 즐기고, 자판기 맥주 한잔을 마시며 솔로 투어의 긴장감을 달랬습니다. 밤새 현해탄을 건너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 아침, 일본 시모노세키에 도착합니다.









🏍️ 현지 1일차: 혼자만의 자유, 카르스트 지형과 유후다케 국도 종단
- 루트: 시모노세키항 입국 ➔ 히라오다이 ➔ 유후다케 ➔ '류센가쿠' 호텔
- 주요 내비: 구글 내비게이션 (Google Maps)
시모노세키항에 하선해 까다로운 일본 세관의 자차 통관 검사(차대번호 대조 등)를 마치고 드디어 일본 도로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솔로 투어인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본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100% 국도로만 이동하는 코스를 잡았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카르스트 지형의 '히라오다이(平尾台)'. 푸른 초원 위에 양떼가 앉아있는 듯한 기암괴석 사이를 나 홀로 달리는 기분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이어 규슈 최고의 와인딩 코스인 '유후다케(유후산)' 산악 도로로 향했습니다. 거대한 산세와 구불구불한 헤어핀 코스를 돌 때마다 헬멧 속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동 중 마음에 드는 로컬 카페에 바이크를 세우고, 직접 만든 달콤한 수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첫날의 마무리는 구로카오 온천 마을의 료칸에서 머물기로 생각했는데 예약이 쉽지않아 코코노에마치 인근 유명한 온천 호텔인 '류센가쿠' 라는곳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뜨거운탕에 온몸을 담그니 서울에서부터 누적된 장거리 라이딩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 현지 2일차: 폭우와 안개 속 아소산, 홀로 맞선 고독한 사투
- 루트: 류센가쿠 호텔 조식 ➔ 다이칸보 전망대 ➔ 케니로드 ➔ 가미아마쿠사 '호텔 쇼류엔 가이세이'
어김없이 아침 일찍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주유소를 나서자마자 불길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이기에 일정을 변경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든든하게 호텔 조식을 챙겨 먹고 오전 10시쯤 과감하게 출발했습니다. 가보고 싶었던 곳은 비가 와도 전부 가보겠다는 라이더의 오기였습니다.
첫 행선지는 아소산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다이칸보(大観峰) 전망대'.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폭우에 자욱한 안개, 그리고 바이크가 날아갈 듯한 강풍까지 불어와 정말 앞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혼자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것도 투어의 묘미라 위안 삼고, 전설적인 레이서 케니 로버츠의 이름을 딴 '케니로드'를 통해 구마모토 방향으로 남하했습니다.
오후 3시경 까지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우비를 입었음에도 옷이 젖어 들었습니다. 혼자서 빗속을 뚫고 사투를 벌인 끝에 도착한 2일차 숙소는 가미아마쿠사에 위치한 '호텔 쇼류엔 가이세이(小松屋 / Shoryuen)'. 바다가 보이는 웅장한 전망과 함께 제공되는 따뜻한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며 낮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았습니다.















☀️ 현지 3일차: 환상적인 날씨, 페리 수속과 독채 같았던 게스트하우스
- 루트: 아마쿠사 오렌지라인 ➔ 오니케항 (페리) ➔ 구치노스항 ➔ 운젠지옥 ➔ 유키노우라 게스트하우스
3일차 아침, 다시 기분 좋게 출발 전 주유를 마쳤습니다. 거짓말처럼 비가 그
치고 역대급으로 맑은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11월 첫째 주의 규슈 아침은 항상 꽤 쌀쌀했지만, 한낮이 되면 춥지도 덥지도 않고 시원해서 솔로 라이딩을 즐기기에 그야말로 '축복받은 날씨'였습니다.
조식을 먹고 출발해 농로를따라'아쿠사 오렌지라인'을 홀로 시원하게 질주했습니다. 오니케항에 도착해 바이크를 그대로 페리에 싣고 바다를 건너 구치노스항으로 이동했습니다. 홀로 배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동하는 이색적인 재미도 솔로 투어의 큰 묘미입니다.
이후 하얀 유황 연기와 끓어오르는 온천수가 장관인 '운젠지옥(雲仙地獄)'을 구경하고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나가사키로 넘어가던 중, 우연히 이름 모를 조용한 농로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시골 내음 가득하고 고즈넉한 그 공간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잠시 쉬어갔는데, 대형 관광지보다 이 조용한 솔로 라이딩의 쉼표가 더 깊은 여운을 주었습니다.
이날의 숙소는 '유키노우라(Yukinoura)'라는 시골마을의 게스트하우스. 재밌게도 그날 숙소의 전체 손님이 저 혼자뿐이어서, 마치 일본 시골 별장을 통째로 빌린 듯 고즈넉하고 완벽하게 프라이빗한 밤을 보냈습니다.



























🌊 현지 4일차: 인생 풍경 이키츠키섬과 숨은 로컬 맛집 투어
- 루트: 사세보 ➔ 히라도섬 ➔ 이키츠키섬 ➔ 가라쓰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
4일차 아침도 어김없이 토스카드로 주유를 든든히 하고 출발했습니다. 이날은 서쪽 해안을따라 북상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사세보를 거쳐 히라도섬을 지나,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이키츠키섬(生月島)'에 진입했습니다.
섬의 해안을 따라 달리는 도로의 풍경은 정말 '죽여준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고 웅장했습니다. 거대한 절벽과 파란 바다 사이를 내 바이크로 오롯이 홀로 독점하며 달리는 순간은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습니다.
감동을 뒤로하고 가라쓰시로 넘어가는 중간, 배가 고파 국도변의 이름 모를 식당에 아무 데나 툭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주문한
새우튀김 정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삭하고 속이 꽉 차 있어서 감탄을 연발하며 흡입했습니다. 계획 없이 들어간 로컬 식당이 진짜 맛집임을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날의 숙소는 가라쓰 성 근처의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Mercure Saga Karatsu Resort)'. 깔끔하게 짐을 풀고 저녁에는
'돈돈테이 가라츠점(どんどん亭 唐津店)'으로 향했습니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야끼소바에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들이키니, 솔로 투어의 고단함은 사라지고 극상의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 현지 5일차: 구글 내비의 배신, 국도 우회와 하마유우호(Hamayuu) 재선적
- 루트: 가라쓰 소나무 방풍림 ➔ 가라쓰 IC ➔ 고속도로 주행 ➔ 국도 우회 ➔ 시모노세키항 2시 도착 ➔ 7시 하마유호 승선
어느덧 부산으로 가기 위해 시모노세키로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마지막 날 역시 출발 직전 주유 완료! 배 수속 시간
인 오후 3시까지 무조건 도착해야 했기에 마음이 조금 급했습니다.
가라쓰의 명물인 거대한 소나무 방풍림 '니지노 마츠바라' 를 기분 좋게 지나친 뒤,
시간 단축을위해 이번 투어 최초로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일본 고속도로는 확실히 국도 와인딩 같은 재미는없었지만, 노면 상태가 워낙 훌륭하고 차량들이 매너 운전을 해 주어서 정말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중간 휴게소(SA)에 들러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당을 충전하고 다시 출발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믿었던
구글 내비게이션이 고속도로 위에서 인터체인지를 찾지 못하고 계속 삥글삥글 돌리며 에러를 일으킨 것입니다.
다행히 전체 여정의 중간 조금 넘게 온 시점이었고 시간 여유가 있어서, 과감하게 고속도로를 내려와
남은 구간은 익숙한 국도로 유유자적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시골길을 따라 달려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정각!
여유 있게 도착해 세관 수속 및 차량 일시재수입 처리를 마치고, 저녁 7시 정각에 다시 부산행 하마유우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하마유우호의 데크에 바이크를 묶어두고 나니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 6일차 (귀국): 부산항 도착, 그리고 반전의 '탁송+KTX 엔딩'
다음 날 아침, 하마유호는 무사히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다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약 400km를 홀로 타고
올라가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았는데, 5일 동안 매일 150~250km씩 혼자 긴장하며 일본 도로를 달린 탓인지 배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쑤시고, 이 상태로 서울까지 혼자 바이크를 타고 올라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습니다.

💡 라이더의 가장 위대한 덕목은 '안전'입니다.
혼자 하는 투어일수록 무리한 주행은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과감하게 부산항 현지에서 오토바이 전문 탁송 트럭(리프트 차량)을 수배해 제 바이크를 서울 집으로 먼저 올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은 몸 편하고 마음 편하게 KTX에 몸을 싣고 서울로 아주 쾌적하게 복귀했습니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서울역에 내려 탁송된 바이크를 안전하게 인계받았을 때 비로소 이번 솔로 투어가 단 하나의 사고도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음을 실감했습니다.
2025년 11월 첫째 주에 다녀온 6박 7일간의 규슈 자차 바이크 솔로 투어는 제 라이딩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찬란한 도전이었습다.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주유소를 들르고, 다이칸보의 폭우를 견뎌내며, 이키츠키섬의 미친 절경을 온전히 독점했던 매 순간... 그리고 마지막 날 내비게이션의 배신과 쿨한 탁송 엔딩까지. 이 모든 에피소드는 오직 내 오토바이와 단둘이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값진 훈장입니다.
서류 준비가 조금 번거거로울수 있지만, 내 바이크와 함께 바다 건너 미지의 도로를 헤쳐 나가는 성취감은 그 어떤 편리한 여행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부산항 으로 향하는 시동을 거는 순간, 당신의 인생 투어가 시작됩니다. 늘 안전 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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